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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Universe)에 태양계가 만들어진 이래 태양은 계속해서 지구로 빛을 보내왔다. 그 빛을 더 잘 인식하도록 지구의 생명체는 진화해 왔다. 빛을 인식하는 것은 생명체의 삶에 큰 잇점으로 작용했다. 최근 절찬 상영중인 코스모스(Cosmos: A Spacetime Odyssey) 2편 눈의 진화에 대한 세련된 설명과 영상을 보면 그 복잡하다는 눈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 자세히 알 수 있다. 세포는 언제부터인가 빛의 세기(명암)뿐 아니라, 색깔도 인식하게 되었는데, 원추세포(Cone cell)의 색 인식과 인간의 진화(Human evolution)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가 있어 소개해 본다.
빛은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갖고 있다. 여기서 파동이라 함은 특정 파장(파동의 길이)를 갖는다는 의미이고, 인간은 파장에 따라 다음처럼 색깔을 인식한다.
(그림출처: 위키백과 가시광선)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위와 같은 스펙트럼을 볼 수 있는데, 빛이 파장에 따라 굴절율이 달라지므로 파장별로 나뉘기 때문이다. 장미꽃이 빨강인 이유는 장미꽃 물질 표면이 다른 모든 파장은 흡수하고, 빨강 파장만 반사하기 때문이다. 만일 모두 반사한다면 흰색처럼 보이고, 모두 흡수한다면 검은색처럼 보일 것이다.
인간의 눈에는 빛의 세기를 인식하는 간상세포(Rod cell)와 색깔을 인식하는 원추세포(Cone cell)가 있으며, 원추세포는 빛을 인식하는 부위가 원뿔(Cone) 모양이라서 붙혀진 이름이다.
(그림출처: Wikipedia Cone cell)
인간의 원추세포에는 L형, M형, S형의 3가지 타입이 있다. 각각 인식하는 파장의 길이를 의미하는데, L은 Long-wave sensitive 이고 주로 적색을, M은 Medium-wave sensitive 주로 녹색, S는 Short-wave sensitive 주로 청색을 인식한다. 우리가 빛의 삼원색이라고 알고 있는 이 세가지 색을 각각 인식하는 세포들이 그 흡수하는 정도에 따라 색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림출처: Wikipedia Cone cell)
유인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포유류는 원추세포가 두가지밖에 없고, 따라서 우리가 보는 것 같은 삼원색을 보지 못한다. 색맹처럼 세상을 보는 것이다. 포유류의 조상이 야행성이다 보니 색채 지각 기능이 퇴화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원추세포의 타입이 나뉘는 이유는 원추모양에 있는 빛 인식 단백질인 Opsin이란 단백질이 각각 살짝 다르기 때문이다. 단백질 서열의 작은 차이가 빛의 파장에 따라 인식하는 정도를 다르게 만들었다. S형 Opsin은 7번 염색체 위에 있고, M형, L형은 X 염색체 위에 있다.
타입 | 최대 흡수 파장 | 주 인식 색 | 유전자 | 염색체 | 단백질 |
---|---|---|---|---|---|
L | 562nm | red | OPN1LW | X | OPSR_HUMAN |
M | 534nm | green | OPN1MW | X | OPSG_HUMAN |
S | 420nm | blue | OPN1SW | 7 | OPSB_HUMAN |
재밌는 점은 L형과 M형이 X 염색체 위에 나란히 있다는 것이다. (또 바로 오른쪽에 OPN1MW2라는 유전자가 있다는 점도 특이한 점이다.) 그리고, 단백질 서열도 아미노산 세개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그림출처: NCBI Gene OPN1MW)
이 사실은 우리에게 다음 가설을 상상하게 한다. 인류와 유인원의 공통조상쯤 되는, 원추세포가 두개 타입밖에 없는 어느 원숭이에게 유전자 중첩(Gene duplication)이 일어나 L형이 바로 옆에 복사됐고, 그리고 변이에 의해 더 낮은 파장(M)을 인식하게 됐고, 그리하여 삼원색을 인식하고는, 열매를 더 잘 볼 수 있다는 점이 잇점으로 작용해 자연선택되어 지금 인류와 유인원이 색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변이가 먼저고 중첩이 나중일 수도 있다. 돌연변이가 우리를 색맹에서 벗어나게 했나 글은 변이가 먼저일 것이라고 추측하게 한다.
우리와 4천만년 전쯤 갈라진 넓적한 코를 가진 신대륙 원숭이류는 포유류의 이원색 체계와 우리의 삼원색 체계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을 나타낸다. 이들은 상염색체와 성염색체에 각각 하나의 광색소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 집단의 X 염색체에는 서로 다른 종류의 광색소 유전자가 존재한다. 운 좋은 암컷의 경우 두 개의 X 염색체에 서로 다른 두 가지의 광색소 유전자를 지닐 수 있다. 따라서 운이 좋은 암컷의 경우 총 세가지의 광색소 유전자를 갖게 되어 색깔을 보게 된다.
즉 다른 파장을 보는 변이가 먼저 생기고, 원래 유전자와 변이 유전자를 모두 갖는 이형접합(heterozygote) 개체만 운이 좋게 삼원색을 인식하게 되었을 수 있다. 그리고 중첩은 나중에 일어나고, 해당 중첩이 자연선택됐을 수 있다.
운이 좋은 신대륙 원숭이는 삼원색을 인식하지만, 자신이 삼원색을 인식하는지, 동료들도 그러한지 알 길이 없다. 단지 자신의 두뇌만이 그 잇점을 누리고 더 많은 열매를 찾게 했을 것이다. 이것은 어느날 우연히 일어난 우연 때문이며, 결국 그 우연은 자연선택될 수 있었다.
인간의 M형 Opsin 유전자 OPN1MW 바로 옆에 있는 OPN1MW2가 그런 것일 수 있다. 우리중 누군가는 저 유전자에 또 다른 변이가 있어 다른 파장을 보면서 사원색체계의 세상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적외선을 볼 수도 있고, 자외선을 볼 수도 있다. 그는 색 인식에 대해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일 것이고, 미술, 디자인 등의 분야에 남들과 다른 능력을 보일 것이다. 이는 꼭 색 인식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또 다른 어떤 유전자의 변이와 그 이형접합으로 인해, 청음이 좋아 음의 높낮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던지, 언어능력이 좋다던지, 수리력이 좋다던지, 프로그래밍을 잘 한다던지 할 수 있다. 두뇌의 능력은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조그만 변이의 차이들이 모여서 제각기 다른 두뇌 기능으로 나타날 것이다. (두뇌 기능 지도는 인간게놈지도보다 훨씬 방대하다.)
생명에게 변이는 피할 수 없는 숙명같은 것이다. DNA 중합효소는 매 복제시마다 10^7개 중 하나꼴로 오류를 일으키고, 인간은 어쨌건 100개 정도의 새로운(de novo) SNV 변이를 매번 다음 세대로 물려준다. 이 변이는 운이 나뻐서 특정 기능에 고장을 일으킬 수 있지만, 배우자의 온전한 또 다른 카피가 해당 기능의 완전한 고장을 막을 것이다. 색다른 기능을 하는 어떤 변이는 이형접합이 되어 잇점을 제공할 것이고 만일 그것이 생존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면 자연선택될 것이다.
현재의 인간은 (안그래 보이지만)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비록 국제화 등으로 지리적 격리 같은 것은 약해졌지만, 특정 방향으로의 선택압은 더 강해졌다. 남자는 더 예쁜 여자를 찾으려 하고, 세상엔 돈 많고, 똑똑한 사람들이 자식을 더 잘 키운다. 안 예쁘거나 능력이 없으면 2세를 갖기 어렵다. 특정 방향이란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두뇌 능력과 미모다. 모르긴 해도, 천년 이천년뒤 인간들은 더 똑똑하고 더 예쁠 것이다. 여기서 그 두뇌 능력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마치 다양한 초능력을 가진 X-Men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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