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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란 정말 무서운 사상입니다 라는 글을 읽고 그냥 무심히 지나가려다가 에이 한줄 남겨볼까 하고 쓴 글이 장문이 돼버렸다. 아래는 내가 올린 댓글.
세상에는 훨씬 다양한 종교가 있고 각각 고유한 세계관이 있습니다. 내 종교의 세계관이 옳고 타 종교는 틀릴 것이라는 생각은 주관적입니다. 타 종교의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경전을 굳게 믿는 이슬람 소녀에게 기독교 성경을 강요하려 해도 그녀의 독실한 믿음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껍니다. 어려서부터 교육받고 머릿속 깊이 강요된 이슬람 믿음은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바로 여러분들이 가진 그 믿음처럼 말입니다.
어떤 종교가 맞는 건지, 가장 그럴 듯 한지 판단하는 기준은 이 세상의 넓고 다양한 지식에 바탕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지성이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짧은 경험과 느낌에 주관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요.
인류의 역사에는 두가지 상반된 아이디어가 함께 해왔습니다. 특정 종교를 향한 믿음, 그리고 그에 대한 합리적 의심입니다. 합리적 의심은 인류를 사기꾼들에게 속지 않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했고, 병든 딸아이를 기도원에 보내기 보단 의학을 발전시켜 치료하게 했습니다. 객관적 증거를 요구하는 것은 맹목적 믿음에게 치명적이지만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보지않고 믿는 믿음이 선한 믿음이다 라는 대답은 미혹입니다. 사기치기 좋죠.
과학은 맹목적 믿음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기반으로 합니다. 온 세상이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돈다고 믿어도, 정말 그래? 망원경으로 행성의 겉보기 운동을 관찰해 봤더니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의심들이 모이고 축적돼 우주를 제대로 알게 합니다. 이슬람 경전에 이런 글귀가 있으니까 그럴리가 없어 라는 생각은 그냥 거기에 머물러 믿고 싶은대로 믿고 살게 할 뿐입니다. 우주는 넓고 세상엔 탐험해보고 싶은 것들 투성인데요. 완보동물(Tardigrade)은 5억년 이상 지구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하는데, 어떤 분자진화적 역사가 있었을까 연구하는 일은 생명체와 생명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모건 이후의 최고의 유전학자 도브잔스키(Theodosius Dobzhansky)는 진화의 관점을 적용하지 않고서는 생물학의 어떤것도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합리적 근거를 갖고 지금은 과학계에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진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어떤 종교의 경전에 쓰인 글귀 때문이라면 좀 많이 답답합니다. 더 넓은 시각이 간절히 필요합니다. 천주교도 많은 타 종교들도 진화를 인정합니다. 개신교가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전에 쓰인 말을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한다는 최초 종교개혁가들의 "사상" 때문일 뿐입니다.
그리고 종교가 없으면 세상에 온통 혼란이 가득할 것이란 생각은 기우입니다. 종교가 없어도 생명은 소중하고, 우리는 서로 사랑하며, 세상은 우리들 노력으로 더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인류 역사에는 종교 때문에 죽음을 당하고 서로를 미워하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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